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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이후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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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3회 작성일 26-02-2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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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동훈 ]


아동기의 상처는 평생을 규정하는 운명일까. 많은 사람들은 “어릴 때 겪은 일은 평생 간다”는 말을 반쯤은 체념처럼 받아들인다. 실제로 어린 시절의 정서적 외상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우울, 불안, 대인관계의 어려움,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언제나 같은 결말을 향해 흘러갈 수밖에 없는 걸까. 최근 심리학 연구들은 이 질문에 대해 조금 다른 답을 제시한다. 상처는 반드시 상처로만 남지 않으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상처, 정서적 외상


아동기 정서적 외상은 신체적 폭력처럼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반복적인 무시, 공감받지 못한 감정, 보호받지 못한다는 느낌, 조건적인 사랑 역시 깊은 상처가 된다. 특히 정서적 방임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기 때문에, 당사자조차 자신의 고통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조용한 상처는 성인이 된 이후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타인과의 관계 방식에 은근하지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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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이후에 찾아오는 변화, 외상 후 성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외상 이후 삶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도달한다. 이전보다 자신을 더 깊이 알게 되고, 인간관계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며,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렬하는 변화를 경험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라고 부른다. 외상 후 성장은 고통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고통을 통과하며 이전과는 다른 삶의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중요한 점은 외상 경험의 크기보다,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다루었는지가 성장의 가능성을 가른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떻게 상처를 견뎌왔을까: 방어기제의 역할


이 차이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 중 하나가 바로 방어기제다. 방어기제는 우리가 불안하고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마주할 때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심리적 전략이다. 부정하거나, 회피하거나, 농담으로 넘기거나, 다른 행동으로 감정을 바꾸는 것 모두 방어기제의 한 형태다. 연구에 따르면 아동기 정서적 외상을 많이 경험한 사람일수록 미성숙하거나 회피적인 방어기제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심리적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성장을 돕는 방어, 성장을 막는 방어


흥미로운 점은 방어기제가 반드시 부정적인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유머나 승화처럼 현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감정을 다루는 ‘적응적 방어기제’는 외상 후 성장과 뚜렷한 관련을 보였다. 이러한 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경험을 삶의 일부로 통합해 나간다. 반면 감정을 차단하거나 갈등을 회피하는 방어는 자기 이해와 관계 회복을 제한해 성장의 가능성을 낮추는 경향이 나타났다. 상처를 마주하지 않는 방식은 당장은 편안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변화의 기회를 차단할 수 있다.

 

미성숙한 방어도 의미가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흔히 ‘미성숙하다’고 여겨지는 방어기제조차도 특정 상황에서는 기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외상 직후에는 현실을 그대로 마주하는 것 자체가 너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회피나 감정 분리는 심리적 붕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 방어가 굳어져 삶 전반을 지배할 때 발생한다.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방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던 방식을 더 유연하고 성숙한 방식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처를 대하는 방식이 삶을 바꾼다


이러한 관점은 상담 장면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누군가의 회피, 냉소, 과도한 통제는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상처를 버텨온 흔적일 수 있다. 방어기제는 약점이 아니라 생존의 기록이며, 동시에 변화의 출발점이다. 외상 후 성장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허락된 기적이 아니다. 자신의 상처를 대하는 방식을 조금씩 바꿀 수 있을 때, 우리는 고통 이후의 삶을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다. 결국 상처를 어떻게 ‘견뎌왔는지’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한다.

 

 

 

참고문헌

  1. 1. 박찬빈, 고영건 (2014). 대학생의 방어기제 유형에 따른 멘탈 휘트니스 긍정심리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의 효과.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19(3), 673-693. 
  2. 2. 부정민, 강대옥, 강은희. (2016). 대학생의 대인관계 스트레스와 심리적 안녕감의 관계에서 방어기제의 매개효과. 상담학연구, 17(3), 295-318.
  3. 3. 이나영, 하수홍, 장문선. (2017). 아동기 정서적 외상 경험과 성인기 우울 간의 관계에서 분노 억제와 전위 공격성의 매개효과. 상담학연구, 18(2), 203-222.
  4. 4. 유선희. (2024). 대학생의 아동기 정서적 외상 경험이 관계적 공격성에 미치는 영향: 적대적 귀인 편향과 역기능적 분노 표현의 순차 매개 효과 (국내석사학위논문). 한신대학교 대학원,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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